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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게임사와 유저 간의 줄다리기

업계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관련 자료들을 모아 펼치는 매우 주관적인 글입니다. 혹여 오류나 논리의 비약이 느껴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순히 게임을 '잘' 만들기만 하면 더 이상 할 것이 없었던 이전 시대의 게임들 및 (일부)콘솔류 게임들과 다르게, 온라인 게임은 그렇지 않다. 일종의 '서비스'로서 꾸준한 업데이트와 개선이 필요하며, 이 일련의 과정을 운영이라고 한다.

(요즘은 다수 콘솔 게임에서도 DownLoadable Contents라고 해서 추가 패치본을 판매하곤 하나, 여기선 언급하지 않겠다.)

이러한 운영은 우선 1)유저들과 게임사가 접하는 접점으로써 2)게임사가 유저에게 전하고 싶은 것 을 적절한 톤앤매너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을 의미한다. Game Master로써, 게임 내외에서 발생하는 잡음에 대응하고 유저의 플레이 경험을 보다 매끄럽게 만들어주는것이다. 이 작업의 일환으로 공식 커뮤니티 운영, FAQ 및 문의 대응, 이벤트 기획 등이 운영 직무의 R&R이다.  단순히 생각만 해도 운영은 게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게임사가 유저에게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유저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게임은 일종의 종합 문화 예술이면서 어떤 예술장르보다 상품성이 강한 만큼, 게임사와 유저는 일종의 판매자-소비자 관계로 치환되는 것이 마땅하다. 어느 비즈니스가 사용자의 의견을 묵살하고 들으려 하지 않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행보를 보여준 기업은 SNS 및 인터넷 커뮤니티에 조리돌림을 당하고, 불매운동 및 시위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게임업계에만은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다수의 유저들은 개발사 및 운영사의 일방향적 전달과 "조련"에 익숙해져 있었고, 분노하는 것 또한 자신들의 커뮤니티라는 폐쇄된 공간에 한했다. 어쩌다가 타 커뮤니티나 메인스트림에 이야기가 퍼져나간다 하더라도 아주 일부였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게이머'는 소수자였으며 '꼬우면(마음에 들지 않으면) 접어라'는 논리로 쉽게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소 위축되어있던 게이머들이 횃불을 들고 일어섰다. 무시할 수 없는, 보다 큰 영향력을 끼치는 방향으로 저항을 하기 시작한 것. 이 시작점이 바로 2021년 있었던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트럭시위다. 이는 다음 해의 이후 우마무스메 마차 시위로도 이어져, 게이머들이 겪는 문제들이 비단 그들 사이에서의 이슈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보다 넓은 범위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했다.

(좌) '트럭 시위'에서 '커피 트럭'으로... 각성한 페그오 - MHN스포츠 / (우) "서비스 차별 멈춰라"…'우마무스메' 화난 이용자들 '마차' 시위 - 톱스타뉴스

넷마블과 카카오 게임즈는 이렇게 시위의 대상이 되어 여러 언론에 오르내리고 난 뒤 정말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저의 의견을 듣고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유저들 또한 그들의 변화에 조공용 트럭(커피 트럭 등)을 보내 화답했다. 게이머들 또한 행동할 수 있다고, (스스로 자신들을 비하 및 조롱하는 표현인) '개돼지'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 것.

 

그리고 국내 게임업계를 성장시켰음은 절대 부정할 수 없지만, 일종의 죄의식과 부채감을 가져야만 하는 기업이 있다. 최근게임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내며 꾸준한 성장가도를 달리는 듯 보였던, 넥슨이다. 이들은 부분유료화라는 Business Model을 제품에 정착시킨 선두주자다. BM이 악랄하다 불리는 엔씨 이전에, 그 물꼬를 터 준 넥슨이 있었던 것.

그러나 이들의 이미지는 점점 개선되는 듯 보였다. 아주 단적으로 '리니지'만 만들어낸 엔씨와 비교되며,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개발해냈다. 실패 끝에 성공한 프로젝트(블루 아카이브, 데이브 더 다이버)들이 등장하며 지속적으로 재조명되고, 매출도 잘 나와 "이제 3N이 아닌 1N" 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렸다. '블아'는 일본에서 매우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데이브'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싱글 플레이 콘솔 게임이 되었다. 특히 '데이브'는 메타크리틱 90점, 스팀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 새로운 장르 개발 및 참신한 메카닉 등 찬사가 쏟아졌다. 심지어 DLC를 구매하지 않아도 지속적인 버그 개선과 업데이트된 지역을 플레이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게임씬에서 넥슨이 가지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끗하게 세탁해주었다.

(좌) 블루아카이브 공식 사이트, (우) 데이브 더 다이버 공식 사이트

 

이렇게 넥슨과 민트로켓이 쌓아올린 넥슨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잇따라 터진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사태로 물거품이 되었다. 소위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것. 물론 이 사태의 쟁점인 (1)보보보, 방방방, 드드드 큐브 확률조작 (2)'은근슬쩍 스리슬쩍' 레전더리 확률 조정 중 1번은 사실 2021년 경 이미 터졌던 문제로 다수 유저들에게 충분히 인지되던 이슈였다. 그러나  공정거래 위원회가 쏘아올린 불꽃으로 2번이 추가로 밝혀진 게 사실 이번 사태의 중심. 게다가 '과징금 116억' 이라는 역대급 과징금 액수, 공정위 보고서에 쓰인 '거짓 및 기만행위'라는 강력한 워딩 또한 이 사건이 얼마나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지 알려준다.

https://youtu.be/_0ScC4PTxTA?si=zx_uHk5Q8VasNCzo
https://youtu.be/R9PCWFnK6uo?si=ts4e6UfkGLMbHvbJ

 

그러나 사실 메이플스토리와 넥슨은 이런 조작을 한 두번 한 게 아니다. '환생의 불꽃 사태'도 있었고, 이번에 추가 공개된 버블파이터 확률조작 사건 또한 있었다. 이들은 상습적인 기만에 익숙해져 있었고, 일련의 기망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놓지 않고 계속 플레이해주는 탄탄한 유저층이 있었기에 적당한 '사료'(보상)를 던져주며 게임을 계속 유지해왔다.

이들을 '개돼지'라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코어 유저층은 게임 너머의 사람을 보지 못했다. 정확히는 보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임 그 자체에만 충성하고 애정을 주었을 것이다. 유저들은 게임에 대한 애정으로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고, 넓은 아량을 베풀어왔다. 그러나 " 한 번 당하면 피해자지만, 세 번 정도 당하면 그건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라는 말도 있잖은가. 아닌 건 아닌거다. 자신들이 사용한 기회비용과 플레이를 통해 쌓아온 추억 등등, 당연히 아쉽고 미련이 남을 수 있지만 떠날 땐 떠나는 게 맞지 않을까.

이제는 관성에서 벗어나 판단기준을 세우고 행동할 때다.

 

민심을 잡기 위해 일종의 '리부트 때리기', 게임 내 유저들을 편가르고 특정(중소과금) 유저층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현 대응방안 또한 정말 유저를 위한 방안, 반성의 의미를 담은 변화라는 느낌을 주진 않는다.

이들의 기망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보다 투명한 게임 운영과 보다 명확한 의견 피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트럭도 일종의 표현으로써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순 있을 것이나, 보다 확실한 건 불매다. 그들의 숨통인 매출에 타격을 입혀 그들이 진정으로 '결제방식이 불량한' BM 말고, 그렇게 열심히 색출하셨던 '은근슬쩍 스리슬쩍'식 기망 말고, 보다 투명한 BM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시도했으면 좋겠다.

게임사와 유저 간의 줄다리기에서 게임사가 이기는 게 아닌, 유저가 이겼으면 좋겠다. 유저들이 게임사의 눈치를 보며 져 주는 그림이 아닌, 유저들이 게임사를 완전히 넉다운 시켰으면 좋겠다. 트럭도 보내고 소송도 하고 아주 일을 크게 벌렸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유저들이 자신들을 '개돼지'라며 자조하는 일도, 게임사가 게이머를 만만하게 보는 일도 없어질 테니까. 


 

*이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을 땐 취준생이었지만, 이제 현직자(진)이 되었습니다..! 물론 사업PM직무가 아닌 운영 직무긴 하지만, 열심히 배우며 성장하겠습니다:))

**운영 직무인데 강한 워딩으로 >>그따구 운영 하지마!<< 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긴 하네요...

***사실상 사업팀의 영역이라 보이긴 하는데, 유저 입장에서 경험하는 최접점이 운영팀이다 보니 운영으로 뭉뚱그려 표현하였습니다. 혹여 기분이 나쁘셨을 현직자분이 계시다면 사과말씀 올립니다...

 

*추가 참고 자료: https://youtu.be/hceLAJ-fPJs?si=ZCZyZT6Y-Yr-F2Qy ::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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